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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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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레레 2023. 3. 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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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까지 한 번 밀여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 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인과 시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문장을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글귀에 적용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첫 눈에 반했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가끔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좋아하는 작가들의 시를 읽는데요.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가지고 있는 걱정들이 모두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앞으로도 가끔 좋아하는 시들을 가지고

블로그에 오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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