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반쯤 깨진 연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까지 한 번 밀여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 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 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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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3. 20:32